책읽기가 좋아지려면 우선 책이 신나야 한다. 신나는 책이란 어렵고 딱딱하지 않은 책, 교훈이나 도덕을 강요하지 않는 책, 표지나 그림이 아름다운 책, 너무 크거나 두껍지 않은 책, 선생님처럼 가르치지 않고 친구처럼 이야기해 주는 문장의 책, 다 읽고 났을 때 자신이 성장했다는 느낌이 ‘확’ 드는 책이다. 자녀의 독서습관을 탄탄하게 하려면 먼저 신나는 책을 알아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간혹 학교나 도서관에서 나오는 도서 목록을 볼 때, ‘혹시 책을 싫어하도록 만들기 위한 목록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가는 책이 포함돼 있는 걸 흔히 보게 된다. 이런 사건은 ‘신나는 책’과 ‘중요한 책’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생긴 일이다.
독서는 음식 먹기와 비슷하다. 아무리 맛있고 영양 있는 음식도 딱딱한 껍질에 싸여 있으면 먹을 수가 없다. 신나는 책은 쉬운 언어로 쓰여 있어서 독자에게 만만하게 보인다. 그래서 독자가 읽자마자 머리 속에서 ‘언어적 추측게임’이 일어나는 책이다. 이 게임은 책읽기 과정에서 일어나는 스파크와 같은 재미를 준다. 그런데 이 재미는 내가 의미를 아는 어휘에서만 일어난다. 모르는 어휘에서는 추측 게임이 불가능하다.
반대로 어휘가 너무 쉬워서 언어적 추측이 100% 맞게 된다면 그 독자는 계속 읽어나갈 흥미를 잃게 된다. 중학생이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를 읽을 때의 싱거움과 같다. 가장 재미있는 언어적 추측 게임은 75∼80%의 어휘를 알고 있을 때 일어난다. 바로 이런 책이 만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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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책이란 또 그 속에 자신을 위로하는 그 무엇이 들어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게 해 준다. 예를 들면 외모 콤플렉스에 걸린 아이들이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새끼’를 발견하면 책 속으로 풍덩 뛰어들게 된다. 못생긴 오리가 백조가 되는 이야기의 결말에서 자신이 백조가 되는 간접 체험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어리숙하고 뒤처지는 아이들은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을, 키 작은 아이들은 ‘꼬마 엄지’와 ‘아기장수 우투리’를, 가정적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은 ‘몽실언니’를 읽으며 위로를 받는다. 그리고 ‘왕따’당하는 아이들은 ‘까마귀 소년’을, 부모의 이혼으로 마음이 상한 아이들은 ‘따로따로 행복하게’를 읽으며 자신을 위로한다.
책이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의 재미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일단 책의 재미를 알게 되면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지는 책벌레가 된다.
이야기 속에는 독자에게 기쁨을 주는 어떤 요소가 들어 있다. 이야기가 굽이굽이 흘러갈 때 독자는 추측과 확인이라는 게임을 하게 된다. 이야기가 흘러가는 방향이 추측한 대로 될 때에는 희열을 느끼게 되고, 빗나갔을 때는 실망하지만, 곧 다음 장면을 추측하게 되면서 작품 속에 몰입하게 된다.
이러한 추측과 확인을 통해 만들어낸 줄거리는 작가의 것이 아니라 독자의 것이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읽었을 때 독자는 줄거리의 완성을 통하여 희열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이 독서가 주는 최초의 기쁨이다.
줄거리 읽기가 주는 기쁨은 독자를 행복하게 한다.
작가가 길고 긴 글 속에 숨겨놓은 줄거리를 찾아 완성했을 때, 독자는 작가가 작품을 완성한 후에 느끼는 창조의 기쁨과 유사한 기쁨을 느끼게 된다. 이 창조의 기쁨이 독서에 대한 흥미를 지속시켜 주고 또 유발시켜 준다. 이 기쁨은 두꺼운 책을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는 인내력을 주기도 하고, 앞으로 다른 책을 더 읽어야겠다는 의욕과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특히 주의집중력이 약한 어린이나 독해력이 낮은 일반 대중에게 이 기쁨은 필수이다.
아름다운 표지와 품위 있는 모습의 책을 발견했을 때,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기쁨을 느낀다. 우선은 그 책을 사고 싶고,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어진다. 아니면 사랑하는 누구에겐가 선물을 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아름다운 책은 이렇게 독자를 유혹한다.
요즘 시중에 나온 울긋불긋하게 화려한 어린이 책은 아름다운 책이 아니다. 아이들이 품위 있는 것보다는 유치한 것을 더 좋아할 것이라는 오해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은 원색보다 2차색에 더 오래 머문다. 원색의 그림은 두 번 이상 보려 하지 않지만, 2차색은 두고두고 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이들의 체격과는 관계없이 커지는 책도 문제다. 어린 독자가 들기에 힘들 만큼 큰 책도 있다. 이런 책들은 책에 대한 위협이 될 뿐, 책과 친숙해지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아름다운 책! 그것은 아이들의 손아귀에 잡히는 책이며, 아이들의 눈이 오래오래 머물고 싶도록 사랑스러운 색깔과 모양을 한 책이다.
남미영 한국독서교육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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