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씩 굶어가며 자신 몸으로 임상시험
토굴수행하다 일제 때 효봉 스님 '비방' 들어 한약책 독파 약재 효능 섭렵…3년만에 '득향'
1985년 안동 봉정사 부근 토굴에서 지낼 때였습니다. 스님들은 여름과 겨울 수행기간인 '결재' 때 함께 지내며 서로 알고 있는 지식을 주고받습니다. 무소유를 지향하는 분들이니 좋은 지식을 나누는 게 당연하겠지요.
그때 한 스님이 능혜 스님에게 향 만드는 방법, 향방을 전해줬습니다. 그 방법은 일제 시대 때 잘못된 사형 판결을 내린 것을 안 뒤 사형 당한 분의 명복을 빌고자 스님이 된 효봉 큰스님으로부터 내려온 것이었습니다. 스님은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능혜 스님에게 향방이 화두가 됐습니다. 향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향 재료를 알아보기 위해 한의학 서적도 뒤졌습니다. <방약합편>,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 한의학 책을 탐독하며 백단, 침향, 자단향, 계피, 안식향 등 향과 관련된 약재의 효능을 익혔습니다.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효능이 무엇인지를 생각했습니다. 공기가 좋지 않으니 폐기능 강화에 도움이 되고, 전자파에 자주 노출이 되니 그것을 차단할 수 있고, 또 화를 많이 내는 이들이 많으니 머리로 치솟는 열기를 내려주는 효능을 가진 약재를 찾아 조합했습니다."
향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힘든 때는 90년 초쯤 경북 문경의 한 절에 머물며 향을 연구할 때였습니다. 6가지 재료를 섞어 향을 만들었는데 향내가 너무 강했습니다. 머리를 맑게 해주지도 못했습니다. 그때 거금 400만원을 들여 사온 재료를 다 내다버려야 했습니다.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사흘 정도 참선을 하듯, 잠을 자지 않고 향을 만든 과정을 꼼꼼하게 되짚어 봤습니다. 문제는 재료였습니다. 알고 보니 구입한 재료 가운데 가짜가 있었습니다. 그 뒤 한약재를 살 때는 늘 속지 않도록 조심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겪어 능혜 스님은 약재상 수준의 안목을 지니게 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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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3년을 고생한 끝에 마침내 자신만의 향방을 완성했습니다. 품질에도 자신이 있었습니다. 향을 피우면 수승화강, 즉 머리 등 우리 몸 위쪽의 열기가 아래로 내려가고, 시원한 기운은 머리로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기관지가 약해 한여름에도 목도리를 했던 스님은 향을 만들면서 어느 순간 천식이 말끔하게 사라졌다고 합니다. 벌레에 물려 가려운 곳에 향이 타고 남은 재를 놓고 문질러주면 가려움증도 순식간에 해소됐습니다.
"수승화강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부처님 말씀, 성현들 말씀, 차, 향 4가지입니다. 제가 만든 향에 그런 효과가 없다면 다른 이들에게 권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이제 향을 만들어 파는 일만 남았습니다. 능혜 스님은 자신이 향 사업에 뛰어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저 정직한 사업가를 만나면 향방을 알려줘 좋은 향을 만들도록 도와줄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향업계에서는 사업을 하다 수억 원을 날렸다는 이들의 얘기들만 들려왔습니다. 고민 끝에 몸소 향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1993년이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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