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김청택교수

공부 잘하는 기억법 [4]

슈레_플로 2009. 7. 25. 20:12

조직화된 지식은 새로운 내용도 추론

 

◆ (4) `자신만의 노트` 만들자 ◆

주변에서 `공부 잘하기 참 힘들다`는 말과 `공부 잘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는 말을 동시에 듣곤 한다.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하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되는 것일까? 여기서 몇 가지 답을 찾아보자.

◆ 학습곡선 vs 망각곡선

= 심리학에서 `학습곡선`은 학습을 하는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학습량이 증가하는 모양을 보여주는 곡선이다.

이 곡선을 살펴보면 학습 초기에는 학습량이 급격히 증가하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학습되는 속도가 느려짐을 알 수 있다(P1>P2). 따라서 어느 정도 학습이 일어난 이후에는 조금의 학습량을 늘리기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망각곡선을 살펴보면 학습 후 20분이 지나면 58%가 기억에서 사라지는 등 단시간 내에 많은 양의 기억이 사라진다.

이 두 곡선만 보면 공부 잘하기가 무척 힘들다. 만약 학습곡선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가속되는 형태를 띤다든지, 망각곡선이 아주 완만하게 감소한다면 공부하기가 무척 쉬울 것이다. 이 곡선들을 공부하기 쉬운 쪽으로 변경하면 아주 성공적인 공부방법이 될 것이다.

위에서 말한 학습곡선과 망각곡선은 어떤 기술을 습득하거나 기억의 경우에는 서로 관련되지 않는 항목들을 외울 때 발생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의미 있고 체계적인 지식의 경우는 반드시 이러한 곡선을 따르지 않는다.

예컨대 수업시간에 석굴암의 역사에 대하여 배우고 있는데 지난 겨울에 경주에 가서 석굴암을 보고 와서 인상이 깊었던 것이 생각나면 단 한번 들은 내용도 기억에 저장돼 오래가기도 한다.

또한 전문가들은 이미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데도 초보자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새 지식을 획득하는 것을 본다. 학습곡선과 망각곡선을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

◆ 자신만의 노트 작성해 기억을 조직화해야

= 학습곡선과 망각곡선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억의 조직화다. 이를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 가지 권장하고 싶은 것은 수업시간에 작성한 노트와 교과서, 참고서 등을 참조해 자신만의 노트를 작성해 보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는 데 처음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한번 작성된 노트는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공부하면서 첨가ㆍ수정되고 중학교, 고교, 대학교로 가면서 계속 사용되고 그 내용이 점차 풍부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조직화된 지식은 머릿속에 공고히 남아 유관한 새로운 지식을 배우면 즉각 이 지식에 편입될 수 있다. 이때는 학습곡선이 달라진다. 즉 예컨대 시간을 두 배로 투자하면 기억의 양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학습에 의해 기억이 정교화되면 기억된 내용들 사이에서 추론이 발생해 이것이 기억되기도 하고, 인출 시에 추론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끄집어낼 수 있게 된다.

즉 A, B, C, D를 기억한다면 이 네 가지 항목에 의하여 추론될 수 있는 다른 사실들도 기억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내게 된다. 따라서 학습곡선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속하는 곡선이 아니라 가속하는 곡선이 될 수 있다.

비슷한 학습법으로 영어 단어를 암기할 때 어원 분석을 통해 학습하는 방법이 있다. 어떤 어원에서 파생된 단어를 학습하게 되는 경우 해당 어원에 대해 정교하게 조직화된 지식을 갖고 있다면 새 단어가 그 형성된 지식에 쉽게 연결고리를 맺어 빠른 속도로 단어를 암기하고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게 된다.

◆ 학습 효율성은 공부시간보다 질이 결정

=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으면서도 성적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 학생들을 자주 본다. 이런 학생들은 심적인 노력(mental effort)을 많이 하지 않고 있다. 기억에 대한 처리 수준의 이론에 따르면 정보를 처리하는 수준을 깊게 하면 할수록 기억이 더 잘 된다. 노트 작성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심적 노력을 많이 해야 되는 과제다. 아무리 좋은 노트라 하더라도 남이 만들어 놓은 내용을 수동적으로 외우는 것은 노트를 직접 작성하는 것보다 비효율적이다.

[김청택 서울대 교수]
발췌 : 매일경제 2009년 07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