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시사

통신요금 인하 압박에 ‘결합할인’ 꼼수로 면피

슈레_플로 2009. 8. 3. 20:37

음성통화요금 15개국중 최고
‘몸통’인 기본료등 인하 인색
“체감혜택 없다” 소비자 불만

경향신문 | 전병역기자 | 입력 2009.08.03 18:12 | 누가 봤을까?

 

휴대전화 요금이 과연 이번에는 내릴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요금을 내리라는 압력을 유·무형으로 넣고 있어서다.

이동통신사들도 정부의 요구에 호응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몸통'인 기본료와 음성통화료를 내리는 대신 망내할인·무료통화·결합상품 등 간접적인 방법이 주류다. 소비자들은 이에 "꼼수만 부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최근 휴대전화 요금 논쟁에 불을 지핀 곳은 한국소비자원이다. 소비자원은 지난달 29일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와 휴대전화 통화량(월 180분 이상)이 비슷한 15개국 가운데 한국의 음성통화 평균요금이 가장 비쌌다"고 밝혔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한국의 음성통화 요금은 지난해 0.1443달러로 15개국 평균(0.1024달러)을 웃돌며 1위를 차지했다. 특히 2004년 10위에서 2006년 7위, 2007년 2위 등으로 계속 올랐다. 요금 인하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이통사들은 이에 대해 "국가별 요금체계 등을 고려하지 않고 비교한 소비자원 자료는 잘못됐다"고 반발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요금인하 상품'을 내놓고 있다. 오는 11일 또다른 요금인하 압력인 방송통신위원회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별 통신요금 수준 발표를 앞두고 움직이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청소년을 포함해 요금 수준별로 이용자를 세분화한 새 요금제 출시를 준비 중이다. KT는 표준요금제에 비해 기본료 1000원을 줄인 'DIY 요금제'와 '쇼킹스폰서 DIY 골드형'을 출시한다. '쇼킹스폰서 DIY 골드형'은 무료 음성통화 100분에서 500분과 지정회선 할인, 망내할인 등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LG텔레콤은 '더블보너스 요금제'와 '문자 10원 요금제'를 내놓는다. '더블보너스 요금제'는 24개월 약정 가입자에게 무료통화(4000∼3만1000원)를 지급하고 5000원에서 1만5000원까지 요금할인 혜택도 차등적으로 추가 적용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요금제의 '몸통'인 기본료와 음성통화료는 거의 놔두고 망내할인·무료통화·결합상품 같은 복잡한 '곁가지'만 건드리는 것에 대해 불만이다. 일부 요금제는 기본료를 조정했다지만 혜택을 받을 소비자는 일부로 제한된다.

앞서 이동전화를 포함한 초고속 인터넷 등과 결합한 상품의 경우, 가입자는 올해 3월 기준 218만명 수준으로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4.7%에 그쳤다. 기본료가 아닌 이런 결함상품 등으로 요금을 조정해봐야 실제 혜택을 받는 소비자는 별로 없다는 뜻이다.

한국의 가계지출 중 가계 통신비 비중이 4.81%로 OECD 국가(평균 2.99%) 중 가장 높다. 시민단체들은 이동통신료의 60~70%를 차지하는 기본료와 10초당 음성통화료 탓으로 보고 있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팀장은 "이통사들은 망내할인이나 데이터 프리요금제 등을 앞세워 '요금 할인'이라고 선전하지만 혜택은 극소수에게 돌아갈 뿐"이라며 "기본료와 음성통화료를 내려야 전체 소비자에게 실질 혜택이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방통위의 요금인하책에서도 기본료·음성통화료를 내리는 방안은 빠져 있다. 기본료·통화료를 내리면 시장의 50.5%를 점유한 SK텔레콤의 지배력만 더 키워 후발업체에 불리해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팀장은 "일단 시장 원리에 따라 기본료·통화료를 내린 뒤 부작용이 나타나면 보완책을 마련해도 된다"고 말했다.